제가 애주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이 술지게미를 조금 나눠주었습니다. 그것으로 모주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약초까지 싸주니 얼마나 고맙던지요. 하하 그런데 사실은 모주가 어떤 맛인지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만드는 과정에서 올라오는 이상야릇한 냄새에 상한 것은 아닌가 하며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베보자기에 짜는 것은 왜 그리 더디던지. 아무튼 어렵게 짜낸 모주의 맛이 좋아서 정리해보려 합니다.
1. 모주 재료
○ 필수 재료 : 술지게미와 물(각각 500g, 2리터, 없으면 막걸리 2병), 대추 100g, 계피 20g, 감초 10g, 꿀이나 설탕
○ 부수 재료 : 헛개나무 50g, 갈근 50g, 말린 생강 10g
※ 재료의 양은 조절 가능하며 부수 재료는 상황에 맞게 준비하면 됩니다.
2. 만드는 법
① 약재를 깨끗하게 세척하여 표면의 먼지,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② 냄비에 물과 약재를 넣어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여서 30분 끓입니다.
* 막걸리를 이용할 경우 끓어 넘칠 수 있기 때문에 큰 냄비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술지게미와 취향껏 꿀이나 설탕을 넣어 30분간 더 끓여줍니다.
④ 달인 모주를 체에 거르거나 면(베) 보자기에 넣고 짜냅니다.
* 보자기로 짤 경우 단단한 약재는 먼저 걸러냅니다.
⑤ 따끈하게 마셔도 좋지만 차게 식혀 냉장 보관하여 먹어도 아주 좋습니다.
3. 나의 경험담
서양에 뱅쇼가 있다면 우리에게 모주가 있다고 하지요. 냄비 뚜껑을 열고 끓이면서 알코올 도수가 1% 정도로 낮아진다고 하는데 마셔보니 술기운이 아주 살짝 올라오는 듯합니다. 약재 향에 어우러진 달달함 속에 은근하게 온기가 퍼지니 쌀쌀한 요즘 같은 날에 제격입니다. 만드는 과정에서의 이상한 냄새 때문에 완성될 때까지 마음 졸였는데, 식힌 모주를 한 잔 들이켠 어머니의 표현으로는 '남 주기 아까운' 맛입니다.
1시간여를 끓이면서 수분이 많이 줄어듭니다. 물을 추가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지만, 최초 술지게미의 입자가 너무 고운 관계로 끓이는 과정에서 물과 거의 하나가 되어 죽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걸러내는 것이 불가해서 베보자기로 힘들게 짜냈지만 양이 적었습니다. 모주 맛을 보니 희석을 해도 좋을 정도의 농도라 식힌 물을 한 컵 정도 조금씩 부어 모주를 짜냈습니다. 막걸리로 만들 경우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약재는 충분히 끓여주는 것이 좋지만 술지게미를 넣기 전에 먼저 건져내어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지인의 레시피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레시피를 확인해보니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추, 계피, 감초, 생강 정도였고 그 외에는 갈근, 오가피, 삼 등의 약재, 배나 사과 등의 과일을 다양하게 첨가하기도 합니다. 종류와 양은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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