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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일상/기타 일상 다반사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의 마침표와 띄어쓰기 사용

by 주주모니 2023. 3. 26.

지인이 상을 당하여 누군가 단체톡방에 그 소식을 알렸습니다. 조문의 글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대부분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아는 체하기 좋아하는 어떤 지인이 이게 맞다면서 마침표나 띄어쓰기하는 사람들을 엄청 무식한 듯이 이야기합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저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올렸습니다. 저는 정말 무식한 걸까요? 

 

 

 

모를 때에는 알아보자

모르면 알아봐야 합니다. 그것도 잘 알아봐야 합니다. 수많은 '카더라' 속에서 어떤 것이 믿을만한 근거를 갖췄는지, 타당한 것인지를 최대한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① 사용 불가 주장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어서 쓰는 것을 주장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동소이한데 간단하게 적어볼게요.

 

명복을 빈다는 말은 고인이 다음 세상에서 복을 받기를 바란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죽어도 영혼이 지속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죠. 따라서 끝을 의미하는 마침표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고인에게 결례가 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고 명복을 비는 글일 경우 좌우 괄호를 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② 사용 주장

한글 맞춤법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국어원은 어떤 의견일까요? 맞춤법 담당이니 믿을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마침표는 이렇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완결된 문장 형태를 갖추었으므로 끝에 온점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한글 맞춤법의 문장 부호 규정에는 표어(꺼진 불도 다시 보자)나 표제어(압록강은 흐른다)의 경우 온점을 쓰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조의금 봉투나 근조 화환에 해당 문구를 쓰는 경우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이 온점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띄어쓰기는 어떨까요? 한글 맞춤법 제2항에 따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띄어 써야 합니다.

 

 

알아보고 아는 체하자

사실 국립국어원에서 답을 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을 찾아본 결과 그 문구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찾지 못한 듯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일반 규정을 기준으로 삼아서 답하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그 결과가 위의 답변이라고 보입니다. 맞는 표현을 다시 써볼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게 맞는 표현입니다.

 

위에서 마침표를 쓰면 안 된다는 이유는 심적으로 이해됩니다.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정답인 듯이 일반화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니까요.

 

예전에 기제사 지내는 날짜가 궁금해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했습니다. 원래 돌아가신 날 지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인 자시가 오후 11시에 시작되다 보니 살아계신 마지막 날 식사를 하시는 것이 맞다는 엉뚱한 논리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돌아가시기 전날 기제사를 모셔야 된다고 말이죠. 이런 논리에 휩쓸려 전날 오후 11시 전에 모시면 잘못 모신 것이 됩니다. 

 

알아보고 아는 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마침표 찍는 사람을 무식하다고 여기던 지인은 과연 유식한 걸까요? 마침표 찍은 글을 볼 때마다 속으로 무식하다 여길 그의 처지가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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