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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상/식(食)과 일상

삼성동 능라도 방문기(어복쟁반, 평양냉면, 만두)

by 주주모니 2022. 3. 8.

오랜만에 어머니와 동생집을 다녀왔습니다. 벼르고 있던 맛집이 많은데 이번에는 입맛 까다로운 사돈어른이 맛있게 드셨다는 어복쟁반을 맛보러 능라도로 갔습니다. 4인이 가서 어복쟁반 하나, 평양냉면 둘, 접시만두 하나를 먹고 왔습니다. 

 

 

 

1. 어복쟁반

이름만 듣고는 도리뱅뱅처럼 생선이 둘러진 음식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어복쟁반은 소고기 편육을 각종 야채와 함께 놋 쟁반에 담아 끓여 먹는 평양 지방의 향토 음식이라고 합니다. 능라도에서는 쑥갓, 대파, 느타리버섯 위로 표고버섯, 흰목이버섯, 건두부, 지단, 얇게 저민 편육(우설도 몇 조각 섞임)이 빙 둘러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정 가운데에는 양념간장 종지가 위치합니다. 

 

육수가 부어지고 보글보글 끓여지면 고기에 부재료들을 넣고 감싼 후 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꼭 고기에 싸서 먹을 필요는 없겠지요. 입맛대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맛이 훌륭합니다. 특히 깔끔한 육수는 점차 부재료들의 맛과 어우러져 맛이 더 깊어지니 부지런히 숟가락을 부릅니다. 잡내도 전혀 없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한 맛이라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합니다. 대자는 110,000원, 중자는 80,000원입니다.

 

능라도 어복쟁반 끓이기 전 사진
어복쟁반 끓이기 전 모습

 

 

2. 평양냉면

사실 강한 양념의 냉면에 익숙한 나에게 생애최초의 평양냉면은 유쾌한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십 년도 더 되었는데 직장의 상사가 아주 유명한 경기도 지역의 평양냉면집으로 데려가 준 적이 있습니다. 밍밍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충분치 않은 그 정체불명의 육수는 면을 즐길만한 일말의 여유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곳 냉면은 달랐습니다. 일단 육수가 아주 깔끔합니다. 강한 맛은 없으나 '이걸 왜 먹지?'라고 품었던 의문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전과 달리 육수가 가져오는 단정한 맛에 일정 부분 수긍하게 됩니다. 또 껍질 벗긴 메밀로 만든 허연 면도 좋습니다. 동생이 면에 식초를 살짝 뿌려 먹어보라는 권했는데, 그 권유가 참으로 옳습니다. 다소 심심한 맛이 한순간 상큼함으로 상승해버립니다. 14,000원입니다.

 

능라도 평양냉면 사진
평양냉면

 

 

3. 접시만두

만두의 모양이 색달라 한참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반을 갈라 맛을 보는 순간 신세계가 열립니다. 내용물이 너무 곱습니다. 맛은 고기만두인데 고기가 어디 있는지 한참을 찾았습니다. 두부와 고기는 곱게 갈아져 맛으로 자신을 이야기하고 질감이 살아있는 숙주와 파릇한 파의 향도 조화롭게 다가옵니다. 먹다 보니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접시에 13,000원입니다.

 

능라도 접시만두 사진
접시만두

 

 

 

3시가 넘어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2팀 정도가 식사 중으로 한산했습니다. 주문을 할 때는 많은 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성인 4명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어복쟁반의 마무리로 국수를 넣어도 된다고 들었으나 국수 먹을 배가 남아있지 않아서 맛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고요. 아무튼 동생 찬스로 방문한 능라도, 배가 부르시다면서도 쉽사리 수저를 놓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맛인가 봅니다. 발레파킹비는 3,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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