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오면서 어머니가 잣칼국수를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상호를 기억하지 못하시므로 검색을 하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유명산 종점가든으로 이동했습니다. 솔직히 후기는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크게 의지할만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예전에 드시면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 하나만으로 갈 이유가 충분해졌습니다.
1. 잣칼국수
면과 국물에 가평산 잣이 들어간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따끈한 국물이 있는 칼국수니 일단 바람 찬 3월 초에는 제격입니다. 미친듯한 고소함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갈리고 우려진 잣으로 인해 기본적인 고소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이 칼국수만이라면 너무 맛있다고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기대만큼의 강렬한 인상이 부족하거니와 한 그릇을 다 비운다면 좀 속이 더부룩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밑반찬이 그런 우려를 싹 씻어내 버립니다. 한마디로 반찬 맛집입니다. 첫맛이 신 김치는 좋은 배추의 질감을 따라 점차 깊고 시원한 맛으로 다가옵니다. 그릇을 비워갈수록 느끼할 수 있는 칼국수의 흐름을 정확하게 끊어주고 다시 생기 있게 만듭니다. 줄기가 얇은 시래기 무침(아마도 총각무의 시래기 같습니다)은 너무 익숙한 맛있음이고 시원한 콩나물 무침은 아삭한 식감 속에 참기름의 고소함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2. 잣묵밥
일단 미지근한 국물의 온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칼국수를 시키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차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날이 추워 따뜻하게 나오게 되었고 칼국수처럼 뜨겁게 나올 경우 묵이 녹아버리므로 그런 온도로 나온다고 하네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여름에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물 맛을 보니 칼국수 국물보다 엄청 진합니다. 1.5배의 농도는 될 것 같습니다. 마치 물 많이 타지 않고 콩을 아주 곱게 간 콩국 같습니다. 그 속에 하얀 잣묵이 굵게 채 썰어져 있는데 질감이 부드러워서 국물을 뜨겁게 하면 녹는다는 말이 쉽게 상상됩니다. 밥을 말아서 밑반찬과 함께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3. 기타 사항
1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진입하는 도로는 아주 한산했습니다. 행락철이 아니고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외진 곳으로 식사하는 팀이 한 팀씩 오는 것을 보니 이름 있는 집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식당환경의 쾌적함은 떨어지지만, 한 번쯤은 맛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밑반찬과 어우러진 맛이 나쁘지 않고 시원한 잣묵밥은 맛이 궁금해서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칼국수는 12,000원, 잣묵밥은 13,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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