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년 일상/수행과 일상

수행하면서 꾸는 꿈 어떻게 받아들일까.

by 주주모니 2022. 2. 27.

수행을 하면 꿈이 사라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나는 점차 더 선명해지고 기억에 잘 남는 쪽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정신이 산란해지면 꿈도 기억나지 않는 편이라서 내 생활과 정신이 어떤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도구는 아니다. 

 

어찌 되었든 꿈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경험의 파편, 내면의 욕구, 미래 등 다양한 요소가 투영되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어떠한지,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지가 직접적으로, 또는 매우 비유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 사유하고 참고할만하다.

 

오늘 새벽에는 돌을 하나씩 가져와서 산에 놓는 사람들의 꿈을 꿨다. 그 상황을 총괄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의 수하로 보이는 4명의 건장한 이들이 불을 놓아 돌이 땅에 잘 박히도록 작업 중이었다. 왠지 모르게 선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지는 그의 옆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저 개꿈일까. 그렇지 않다고 느껴졌다. 무슨 뜻인가를 고민하던 어느 순간 돌이 놓이는 산이 나의 세계라고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이 가져온 돌은 좋은 것이 아니다.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잘못된 생각, 말, 행동과 관련된 것, 다시 말해 잘못된 생활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왜 돌로 표현되었을까? 돌은 단단해서 잘 깨지지 않으며 우리의 잘못된 습도 그러하다. 또 왜 여러 사람일까? 우리 삶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나의 세계가 온전히 혼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해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꿈에 나온 다양한 대상의 모습, 성질을 이해하면 해석에 도움이 된다.

 

불교에 입문하고 몇 년간 꾸준히 수행하면서 나의 삶은 많이 변화되었다. 아마도 빼기 어려울 정도로 박혀있었던 돌멩이들을 수도 없이 제거해왔을 터다. 그런데 이제 수행심이 흩어지고 탐진치의 흐름 속에 다시 끌려다니는 모습이니 다시금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나니 할 일이 명확해진다.

 

한동안 게을렀는데 샤워를 하고 내 세계를 향하여 염불을 하고 경전을 읽어주었다. 올바른 생각, 말, 행동이야말로 세상을 정화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정리해 왔는데 다시 악한 자가 주인행세를 하게 해서야 될까. 생활을 다시 정비할 필요를 느끼게 한 고마운 꿈이다. 수행자에게 꿈은 이런 의미라서 약으로 쓰면 될 일이다. 단 너무 집착하면 독이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