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허전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아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습니다. 물론 경전을 읽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지만 그때는 인터넷으로 익숙했던 곳을 찾아서 사람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황전스님이 생각나길래 그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찾아가는데 한참을 헤맸네요.
간신히 찾아들어가서 여러 가지 글들을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내내 흡족했고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 글인데 더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치 다양한 음식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시큰둥하던 사람이 존재를 상쾌하게 만드는 음식을 만난 것과 같았습니다.
음식이 문제일까요? 내 입맛이 문제일까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입맛에 그 음식이 맞다는 것입니다. 시비를 떠나고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그냥 맞아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 스승에 대한 문답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질문자는 요즘의 시대엔 이렇다 할 스승이 없다면서 정말 그런 것인지를 물어봅니다. 그에 대해 황전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 그 어떤 시대보다 이 시대에 더 많은 스승님들이 계십니다. 왜냐하면 그 어느 시대보다 수행이 잘 되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행자들이 스승님을 만나지 못한 것은 본인 자신이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능엄경을 읽다 보면 맨 마지막 부분에 개운화상께서 젊은 수행자 시절에 20여 년 동안 스승님을 찾아 헤매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운화상께서는 20여 년 동안 스승님을 찾아 헤매지만 결코 스승님을 찾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개운화상께서 스승님을 만날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운화상께서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자 스승님이 스스로 나타납니다. 그 스승님을 만나서 개운화상께서는 도(道)를 얻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요즘 수행자들을 보면 자신이 스승을 만날 만한 자격을 갖추지도 못한 것을 알지 못하고 이 시대에 이렇다 할 스승님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중년 수행자가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신은 지금 목숨을 바쳐 모셔야 할 스승님을 찾고 있는데, 그럴만한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얼른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 같지만, 내가 듣기에는 오만의 극치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눈 맑은 스승들은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시대 수행자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근기는 생각지도 않고, 스승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먼저 요구합니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고는 하나 그 어떤 스승이 이러한 제자를 거두겠습니까?
옛 시절에도 그러하였지만 특히 근기가 낮은 수행자가 많은 이러한 시절에는 안목을 갖춘 스승님이 제자를 찾아 내지, 어찌 자기 자신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안목을 가지고 안목을 갖춘 스승님을 찾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깨달음으로 인도할> 진정한 스승이란 절대로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행자 자신이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만 갖추면 어떤 모습으로든지 찾아옵니다. 깨달음으로 인도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인도하려는 스승들이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제자가 자격이 있든 없든 돈만 있으면..."
자격이 갖추어지면 스승이 찾아온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로서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행자 스스로 진리를 치열하게 구하다 보면 저절로 감응이 이루어진다고요. 스승은 한 사람처럼 고정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길을 바르게 가도록 인도해 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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