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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상/수행과 일상

스승에 대한 황전스님의 글, 스승을 만날 자격

by 주주모니 2022. 9. 29.

그날은 허전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아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습니다. 물론 경전을 읽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지만 그때는 인터넷으로 익숙했던 곳을 찾아서 사람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황전스님이 생각나길래 그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찾아가는데 한참을 헤맸네요.

 

간신히 찾아들어가서 여러 가지 글들을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내내 흡족했고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 글인데 더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치 다양한 음식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시큰둥하던 사람이 존재를 상쾌하게 만드는 음식을 만난 것과 같았습니다.

 

음식이 문제일까요? 내 입맛이 문제일까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입맛에 그 음식이 맞다는 것입니다. 시비를 떠나고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그냥 맞아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 스승에 대한 문답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질문자는 요즘의 시대엔 이렇다 할 스승이 없다면서 정말 그런 것인지를 물어봅니다. 그에 대해 황전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 그 어떤 시대보다 이 시대에 더 많은 스승님들이 계십니다. 왜냐하면 그 어느 시대보다 수행이 잘 되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행자들이 스승님을 만나지 못한 것은 본인 자신이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능엄경을 읽다 보면 맨 마지막 부분에 개운화상께서 젊은 수행자 시절에 20여 년 동안 스승님을 찾아 헤매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운화상께서는 20여 년 동안 스승님을 찾아 헤매지만 결코 스승님을 찾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개운화상께서 스승님을 만날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운화상께서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자 스승님이 스스로 나타납니다. 그 스승님을 만나서 개운화상께서는 도(道)를 얻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요즘 수행자들을 보면 자신이 스승을 만날 만한 자격을 갖추지도 못한 것을 알지 못하고 이 시대에 이렇다 할 스승님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중년 수행자가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신은 지금 목숨을 바쳐 모셔야 할 스승님을 찾고 있는데, 그럴만한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얼른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 같지만, 내가 듣기에는 오만의 극치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눈 맑은 스승들은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시대 수행자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근기는 생각지도 않고, 스승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먼저 요구합니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고는 하나 그 어떤 스승이 이러한 제자를 거두겠습니까?

 

옛 시절에도 그러하였지만 특히 근기가 낮은 수행자가 많은 이러한 시절에는 안목을 갖춘 스승님이 제자를 찾아 내지, 어찌 자기 자신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안목을 가지고 안목을 갖춘 스승님을 찾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깨달음으로 인도할> 진정한 스승이란 절대로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행자 자신이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자격만 갖추면 어떤 모습으로든지 찾아옵니다. 깨달음으로 인도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인도하려는 스승들이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제자가 자격이 있든 없든 돈만 있으면..."

 


 

자격이 갖추어지면 스승이 찾아온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로서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행자 스스로 진리를 치열하게 구하다 보면 저절로 감응이 이루어진다고요. 스승은 한 사람처럼 고정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길을 바르게 가도록 인도해 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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