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집 된장 끓일 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너무 좋았던 냄새에 비해 먹어 보면 부족한 맛으로 살짝 실망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저에게는 쑥국이 늘 그랬습니다. 이 쑥국의 아쉬움을 채워줄 1%는 어디에 있을까요?
1. 봄쑥 채취
봄이 되면 부모님을 모시고 변두리 공원으로 소풍을 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두 분은 한적한 공원 여기저기에 자라나는 쑥 뜯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시곤 했어요. 2년 정도 그렇게 했던 것 같네요.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올해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이제 막 자라난 첫 쑥을 뜯었는데, 지난주 차를 배우는 선생님 댁에 방문했다가 놀고 있는 밭에서 잘 자란 쑥을 한 봉지 뜯어왔습니다.
2. 왜 쑥국이 맛있다는 거지?
그렇게 채취한 쑥은 떡 만들기에 부족한 양이라 국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아쉽습니다. 너무 훌륭한 어머니 된장은 쑥국에서 심심해졌고 쑥은 된장의 희생을 넘어서는 맛을 선사하지 못했습니다.
봄에 쑥이라는 말은 제철의 건강을 이야기함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맛을 내세우기에는 국의 맛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거든요. 된장국의 향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기대하던 입맛은 실망감으로 차올랐습니다.
3. 쑥 된장국의 부족한 1%를 채우다. 청양고추 절임
이 발견의 원천은 어머니입니다.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식사를 잘 못하실 때 절인 청양고추를 드시려고 잘게 다져놓으셨는데 국에 한 스푼 넣었다고 하세요.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도 한번!' 어머니의 방식을 따라 밥숟가락으로 넣어보았습니다.
아, 맛이 훌륭합니다. 마치 흑백 텔레비전에 색색의 빛깔이 채워지는 것처럼 심심한 된장국과 그 속에 하념 없이 주저앉은 쑥에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청양의 매콤함, 절임의 달콤함과 새콤함이 국물과 어우러집니다.
커다란 솥 하나에 가득하던 쑥국, 언제 다 먹어버릴지 고민스럽던 솥단지가 오래지 않아 비워졌습니다. 청양고추 절임은 쑥 된장국에 생명력을 선사한 나머지 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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