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걷기의 효과를 이야기하고 권장합니다. 우울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심장병 예방, 골다공증 예방, 다이어트 효과, 노인들의 기억장애 개선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많은 이점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 걷기를 말할 때 단짝처럼 나오는 말이 바로 하루 만보 걷기입니다. 오늘은 이 하루 만보가 우리 생각만큼 의미 있는 숫자인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1. '하루 만보'가 형성된 과정
1만보 걷기는 어떻게 건강 상식이 되었을까요? 영국 BBC는 그 시초로 일본 규슈 보건대 요시히로 하타노 교수를 거론합니다. 1960년대에 일본 성인의 비만도가 증가하자, 문제의 해소를 위해 하루 1만보 걷기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당시 일본 성인의 하루 도보량은 3,500에서 5,000보였는데 이를 1만보로 늘리면 20~30%의 칼로리를 더 소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요시히로 교수의 주장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즈음하여 '야마사(Yamasa)'란 제조업체에서 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제품을 기획하여 '만보계'라는 이름을 붙인 뒤 요시히로 교수를 내세워 '하루 1만보 걷기'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만보계는 올림픽과 스포츠 붐을 타고 출시 첫해에만 100만 대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고 만보 걷기도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2. 근력운동과의 비교 / 만보 걷기의 효율성
많은 사람들이 하루 1만보를 건강을 위한 운동의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준이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매일의 만보를 통해 체중 감소, 혈액순환과 심폐 기능 증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운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운동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관련 권고 사항에도 만보 걷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걷기의 효과를 부정할 수 없으니, 만보 역시 걷기의 연장선에서 효과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운동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요?
가. 근력운동과의 비교
① BBC 의학전문기자 마이클 모슬리와 영국 셰필드할람대 롭 코플랜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셰필드 지역 성인 1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하루 1만보를 걷게 하고, 다른 그룹은 하루 10분씩 세 번 숨이 찰 정도의 활동을 하도록 한 결과, 1만보 그룹 참가자의 3분의 1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목표를 달성한 나머지 3분의 2도 10분 운동 그룹보다 30% 정도 운동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10분씩 3회 운동이 만보 걷기보다 낫다는 결론인 것이죠.
② 우리나라 한 기자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 자문해 20일간 매일 교대로 1만보 걷기와 근력 운동 20분을 진행한 뒤 그 효과를 비교했는데, 걷기는 열량 소비 효과는 있었지만 심박수 증가 등 실질적인 운동 효과가 거의 없었고, 근력 운동은 만보 걷기보다 짧은 시간을 해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력운동은 미국심장학회가 추천하는 인터벌 운동으로 팔 벌려 뛰기, 벽에 등 대고 앉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쿼트, 플랭크, 제자리 뛰기, 런지 등 총 13가지 동작의 맨손 운동을 차례대로 30초씩 번갈아 하면서 동작 사이사이 10초씩 쉬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20일이 너무 짧다고요? 각각 1년이라는 기간을 정해 만보 걷기와 근육운동을 비교한 결과도 있습니다. 1년 간 매일 1만보 이상을 걸은 결과 체중의 감소를 제외한 체지방, 근육량 등의 주요 신체 지표에는 변화가 없는 반면, 매일 10~20분가량 근력 운동을 한 후에는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증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만보보다는 짧은 시간의 근력운동이 신체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나. 만보 걷기의 효율성
앞선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걷기는 근력운동에 비해 운동의 효율성이 낮습니다. 짧은 시간의 근력 운동이 더 좋은 효과를 나타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시간 대비 운동효과 측면에서 걷기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현실적인 지속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보행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보를 걷는 데에는 1시간은 족히 넘는 시간이 소요되며 사람에 따라서는 2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걷기는 일상의 노력만으로 만보 달성이 어렵습니다. 일상생활 중 일부러 걷으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일과 후 별도의 시간을 내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3. 결론
결론을 말하자면 만보 걷기가 건강 증진을 위한 보편적이면서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박원하 교수의 말에 따르면 "운동 능력이 저하된 노년층이면 몰라도 평균적인 20~50대 성인은 하루 1만보를 걸었을 때 열량 소비 외의 운동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신체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보면 심폐 기능과 폐활량, 근육량 등이 증가한다는 것인데, 이 중 심폐 기능과 근육량은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으로 단련이 가능합니다." 이런 단련을 하려면 평소보다 더 격렬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2022년 일상 > 기타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문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0) | 2022.04.02 |
---|---|
살을 빼고 싶다면 근력 운동을 먼저 / 밸런스 보드 (0) | 2022.03.26 |
쓰레기 분리 배출 가이드 (0) | 2022.03.23 |
구강 청결제 사용, 가글은 어떻게 해야 할까. (0) | 2022.03.17 |
(3월)코로나19 확진자의 기저질환, 일반병상 치료 (0) | 2022.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