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곰팡이 색깔로 메주를 구별하는 것이 좋은 메주의 선택 기준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글을 적은 바가 있다. 다시 말해 발효 측면에서 유익한 미생물이 잘 자랐는가가 더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거나 나쁜 곰팡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을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장 발효에 주요한 고초균(바실러스 서브틸리스)은 막대 모양의 세균으로 40도에서 잘 자라고 회백색의 큰 취락을 형성한다. 황국균은 누룩곰팡이로 생육의 최적 온도는 25도이고 처음에는 흰색 덩어리로 보이지만, 분생포자가 생기면서 노란색에서 다시 황록색으로, 더 오래되면 갈색으로 변화된다.
검은곰팡이, 푸른곰팡이, 붉은곰팡이는 인체에 유익한 것도 있고 해로운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해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이들 곰팡이가 메주에 번식하게 되면 장 발효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니 발효가 목적인 장 담그기에서 좋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메주가 좋은가에 대한 주장은 한 가지로 일치하지 않아서 매우 혼란스럽다. 알면 알수록 발효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주장들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또 전통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하거나 변형시키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하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러 가지 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이 분명히 있다. 메주는 균과 곰팡이의 합작품이므로 내부에는 세균이, 중간층에 곰팡이가 발달된 것이 좋다고 한다. 먼저 겉이 단단하게 잘 마른 것을 선택하고 (짚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초균이 형성되지만) 고초균 배양에 유리한 볏짚을 사용한 흔적이 있는가를 살펴본다. 잘랐을 때에는 안쪽에 짙은 갈색빛으로 고초균이 잘 형성되고 중간에 곰팡이 실이 많이 보이면 잘 발효되었다고 본다.
'2022년 일상 > 식(食)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계란국 온면 (0) | 2022.02.23 |
---|---|
다양한 채식주의자의 단계, 나는 어디일까. (1) | 2022.02.22 |
간장 달이기와 곰팡이 (0) | 2022.02.21 |
순댓국의 마무리, 라면 순대국밥 (0) | 2022.02.19 |
파는 것보다 맛있었던 순댓국 만들기 (0) | 2022.02.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