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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상/식(食)과 일상

순댓국의 마무리, 라면 순대국밥

by 주주모니 2022. 2. 19.

 

 

집에서 만든 순댓국을 두 끼에 걸쳐 먹고 나니, 1인분 정도의 국물에 온전한 순대는 전멸이고 야채가 약간 남았다. 맛있게 먹고 난 후 이렇게 어정쩡하게 남은 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부모님으로부터 '음식은 소중하게'라고 배워온 터라 짧은 순간 '남은 국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일까' 빠르게 고민했다. 

 

지난 끼니처럼 밥과 함께 먹어도 좋을 것이나 어머니와 먹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렇다면 볶음밥이 좋으려나. 국물을 조리듯이 끓이면서 김치, 참기름, 송송 썬 파, 김가루를 첨가하여 볶음밥으로 해 먹으면 기가 막힐 것도 같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선택을 해보았다. 바로 라면 순대국밥!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먼저 라면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 라면이나 저 라면이나 어차피 면에 불과하니 별 차이 없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면발마다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니 조리의 시작은 라면 고르기로 시작된다. 찬장 속의 여러 종류를 쓱 스캔하다가 오동통한 면발이 일품인 너구리를 선택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국물은 이미 순대의 염분까지 녹아 나오고 두 번을 끓이면서 약간 졸아든 상태라 물을 첨가해도 간이 충분하다. 만약 간이 부족하다면 약간의 액젓이나 소금으로 보충하면 된다. 그런데 물을 많이 넣고 간을 맞추게 되면 기존 국물이 내고 있는 맛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으니 가급적 간을 더하지 않을 정도로 물을 넣는 것이 좋다. 또 라면 스프를 넣게 되면 그냥 라면 맛에 가까워지므로, 넣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끓여보자. 흔히 물이 끓으면 면을 넣지만 내 경우 종종 찬물에 면을 넣은 상태에서 끓이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퍼지듯이 잘 익은 면을 맛볼 수 있다. 아무튼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뒤적여서 골고루 충분하게 익혀준다. 이대로 먹어도 되지만 조금 맛을 보태도 좋다.

 

나는 조리의 마무리로 참기름 반 스푼, 후춧가루와 파를 조금 넣어 거짓말처럼 살짝 끓여주었다. 이 결과물을 그릇 2개에 나눠 담고 밥을 조금 넣으니 드디어 라면 순대국밥이 완성되었다. 맛은 처음 한 입부터 마지막 밥알과 국물까지 여전히 탁월하다. 특히 진한 국물이 스며든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하루를 넘어간 순댓국의 행복한 여정은 이렇게 라면밥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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