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만 하던 베란다 상추 심기에 도전했던 2022년입니다. 여름 한철을 잘 보냈는데, 아직 상자를 정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소소하지만 색달랐던 그 경험에 대해서 적어보려 합니다.
1. 주택의 추억
어린 시절 주택에 살 때는 아버지가 텃밭을 참 알차게 가꾸셨습니다. 흙 위에 햇볕과 비가 주어졌을 뿐인데, 미처 소비하지 못할 정도로 상추, 쑥갓이 자랐고 앵두나무, 딸기에서는 작았지만 상큼한 과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는 제한되는 것이 많았습니다. 솥단지에서 장 만들기도,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기도, 햇살에 이불 소독하기도, 텃밭 가꾸기도 불가해졌습니다. 이미 경험해 본 것들이 새로이 로망으로 자리 잡는 순간입니다.
2. 베란다 상추심기
나이가 들면서 이상한 열망이 생겨나더군요. 소소하게 파릇파릇한 무언가를 심어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직 땅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나에게 없는 것이라서 더 소중한 느낌일 겁니다. 하하하. 아무튼 몇 년간 생각만 했는데 올해 드디어 실행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게을렀네요.
먼저 미리 챙겨두었던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 구멍 여러 개를 뚫었습니다. 구멍 뚫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양파망을 올리고 다시 그 위에 부모님이 화분을 처리하면서 모아두셨던 흙을 올렸습니다. 화분의 흙은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별로예요.
그리고 시장에서 사 온 상추를 심었습니다. 씨앗보다 이 방법이 더 좋다고 해서 2가지 종류를 심어주고 저녁에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 후에는 흙이 마르는 듯 보이면 쌀 씻은 첫물을 뿌려주었고 낮에는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상자의 위치를 조정해주었습니다. 나름 부지런한 농부였습니다.
3. 수확에 대하여
그런데 수확은 정말 볼품이 없습니다. 폭이 커봐야 5c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자라납니다. 조금 큰 새싹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햇빛을 직접 받아야 잘 자란다고 하네요. 아무리 햇빛을 보도록 해도 야외에서 직접 강렬한 햇살을 받는 식물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요.
자라나는 모양새를 보면 줄기도 여리여리하고 잎도 여리여리한 것이 아주 귀엽습니다. 그래도 뜯어서 맛을 보면 씁쓸한 맛이 제대로 납니다. 상추인가 싶을 정도지만 나름 식물 자라나는 모습도 보고 간간이 수확의 기쁨과 맛도 볼 수 있어서 상추 뜯을 때마다 어머니와 웃었습니다.
크게 자라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자라나면 샌드위치를 먹거나 오이 무침을 할 때 식재료로 사용했습니다. 대략 6~7번은 뜯어먹은 것 같습니다.
4. 베란다 상추에 생각
베란다 텃밭 상추는 단순히 채소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소소하지만 상추와 더불어 마음이 자라고 기분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좋은 마음과 기분으로 키우고 수확하고 먹게 되니 작지만 결코 작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흙을 바꿔서 좀 더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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