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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상

된장 만들기 사전 준비 사항(좋은 메주, 소금)

by 주주모니 2022. 2. 7.

온 가족이 열광하는 집된장이 한통 남은지라 올해는 어머니와 된장을 담그기로 했다. 시판되는 만들기 세트도 많지만 어머니 손맛이 들어간 우리 집 장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 같아서 믿을 수 있는 시골 지인에게 메주를 사 왔다. 장 만들기 전에 알아두면 도움이 될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1. 좋은 메주란

메주는 수만 종에 달하는 미생물이 빚어낸 것으로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나라 식문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발효과학이 담긴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희거나 누런 빛깔의 곰팡이가 핀 것이 좋고 검은빛이나 푸른빛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이지만 그런 곰팡이의 빛깔로만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알게 되어서 소개하려 한다. 꽤 일리 있어 보이며 아래 글을 읽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① 장맛이 좋으려면 콩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잘 분해되어야 한다(발효).

 

② 이를 위해서 고초균이 충분히 증식되도록 잘 마른 메주를 적당한 온도에서 띄워야 한다.

    - 메주의 발효는 고초균 같은 바실러스屬 세균이 주로 발효를 담당하는데 30도 이하에서는 잘 증식하지 않는다.

      * 곰팡이, 효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발효시키면 부패할 수 있다.

 

③ 고초균에게 아미노산 분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면 푸른곰팡이, 검은곰팡이 필 확률이 높아진다.

 

④ 좋은(맛있는) 메주 : 잘 말려서 속까지 딱딱해진 메주를 30도 이상의 온도에서 발효시킨 것

    - 고초균들이 잘 증식해 있어야 한다(표면이나 틈새를 통해 확인)

    - 푸르거나 검은곰팡이가 안 피면 좋지만 조금 핀 경우 씻어서 사용하면 장 발효에 지장이 없다.

 

⑤ 문제가 되는 메주 : 속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채 두 곰팡이가 많이 핀 것

 

⑥ 결론 : 곰팡이 색 여부가 좋고 나쁜 메주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 보기 싫은 곰팡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덜 발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덜 발효된 메주는 좋은 것이 아니다.

 

2. 소금물 준비

① 3년 이상 간수 뺀 천일염이 좋다.

    - 간수가 빠지지 않은 소금은 음식에 쓴 맛을 가져온다.

    - 마트에서도 간수 뺀 천일염 구입 가능한데 미리 큰 포대로 사두고 여러 해를 묵혀 사용하면 좋다.

② 염도는 소금물에 달걀을 띄워 500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르는 수준으로 맞춘다.

 

3. 지인에게 구매한 메주의 상태와 대처

블로그 글을 작성 후 기분 좋게 있었는데 오늘 어머니가 메주를 손질하다가 급하게 씻으시길래 확인하니 메주 하나가 엉망이다(간장 가르기를 안 할 생각이라서 먼저 메주를 잘게 갈라서 소금물에 담그려는 중이었다). 메주 속에 검은곰팡이가 이리저리 피어있었다. 쓰자니 찝찝한데, 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꼼꼼하게 씻어냈다. 하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핀 상태여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대략 세척을 마치고 못쓸 것 같은 쪼가리는 버린 후, 급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이리저리 검색해보았다. 전에도 알아본 적이 있는데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알아본 뒤 어머니에게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검은색 곰팡이는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더불어 내가 지금까지 메주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집에서 만든 메주의 모습이 글에서 알려주는 내용과 동일했던 것 같다. 잘 건조시킨 후 뜨끈한 아랫 묵에서 발효시켰고 모두가 인정하는 어머니 장맛이 탄생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속이 말랑한 메주가 좋다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고 글을 적었으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잘못되었을지도 모르는 정보를 확언하면서 공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글을 수정한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게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지만 전통의 음식 맛을 원한다면 방법이 바뀌더라도 그 본질, 핵심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장할 때는 1년 치 가족들의 입맛을 책임지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늘 바싹 긴장했었는데 장은 몇 해의 입맛일까. 근심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어머니표 된장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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