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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일상/식(食)과 일상

은행 열매, 아파트에서 손질하고 보관하는 방법

by 주주모니 2022. 9. 24.

며칠 전 태풍의 양향으로 인해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던 날이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기괴한 바람소리가 들리길래, 뒷베란다의 창문을 닫았습니다. 창문 밖으로 커다란 은행나무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우연히 바닥을 바라보니 노란 점들이 어지럽습니다. 오늘은 가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의 열매 손질 /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가로수로 좋은 이유, 미움받는 이유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도시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환경오염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도시의 가로수로 삼기에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잎에는 항균 성분이 많고 열매에는 독성이 있어 잎과 나무에 벌레가 꼬이지 않으므로 관리가 수월합니다.

 

다만 한가지 모두가 알다시피 열매의 악취가 심한 편입니다. 실수로 밟아서 신발에 묻기라도 하면 그 냄새가 잘 지워지지 않기에 근자에는 가로수를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 외에 가을의 장관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원천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더하여 열매에 대한 호의가 냄새를 참아낼 충분한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2. 은행 줍기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되어 낡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할 이유가 상당합니다. 집 주변으로 편의시설이 가깝고 대중교통도 접하기 용이하고 집 뒤로는 천이 흐르고 있어서 운동하기도 좋습니다. 또 은행나무와 대추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서 어렵지 않게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열매의 채취 활동 자체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아파트의 은행나무
아파트의 은행나무

 

엄청난 바람이 은행알을 많이 떨어뜨려 주던 날, 집 뒤편과 옆쪽의 나무 2그루에서 짧은 시간에 상당한 양의 은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알이 굵은 편이라 정말 좋습니다. 아직 열매가 떨어지지 않은 나무가 있어서 조금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질이 번거로워서인지 은행은 줍는 주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 제 차지입니다.  

 

바람에 떨어진 은행 열매
바람이 선물한 은행 열매

 

 

3. 손질하기

① 1차 손질(겉껍질 제거와 씻기)

시골이라면 마당이나 냇가에서 손질하면 되지만 도심 아파트라서 베란다와 화장실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먼저 베란다에 며칠 두면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싱싱하면 껍질 제거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드러워지면 화장실에서 껍질을 벗겨서 변기에 버리고 알맹이는 과육이 없어지도록 잘 씻어줍니다. 모든 과정에서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이 필수입니다.

 

 

② 2차 손질(말리고 껍질 깨기)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낸 후에 잘 말려줍니다. 너무 오래 두면 속살이 마르기도 하니까 마른 후에는 바로 단단한 껍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껍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유팩에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는 분도 있는데 좋은 생각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과육이 터지기도 하고 많은 양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제 경우 펜치 같은 도구를 이용합니다.

 

중간이 비어있는 펜치를 이용해서 속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금을 내주고 손으로 까주는 과정을 반복하는데요, 은행의 각진 부분을 펜치 틈에 대고 적절하게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 지루한 과정이지만 단순하면서 집중하는 작업이라서 심성 다스리기에 적절합니다. 

 

③ 3차 손질(원하면 속껍질 제거 / 소분 후 냉동)

이렇게 작업이 완료되면 비닐팩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장기간 먹는다면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은 속껍질까지 제거 후 냉동시킵니다. 대부분 밥지을 때 넣기 때문에 그때마다 속껍질 제거하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편리합니다.

 

속껍질 제거하는 것은 은행을 먹기 위한 손질 방법과 동일합니다. 먼저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은행을 볶아줍니다. 은행이 투명해지면 불을 끄고 키친타월을 활용해서 속껍질을 제거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기름도 닦이게 되는데, 이 상태로 냉동 보관하면 1년 동안 신선한 맛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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