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 많겠지만 막국수에 관한 한 우리 집에서 오래도록 인정하는 최고 맛집은 시골막국수입니다. 생전 아버지가 너무도 사랑하신 집이라 두 번의 외식 중 한 번은 방문했던 곳입니다. 어머니가 연로하시니 오미크론이 신경 쓰여 외식을 삼가였는데, 오랜만에 시골막국수가 먹고 싶다 하시니 일요일 늦은 시간에 방문해보았습니다.
1. 도착과 주문
1시에 출발했는데도 홀에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우리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아무튼 평소대로 막국수 2개(8천 원*2)에 메밀전병 1개(8천 원)를 주문했습니다. 집에서는 '총떡'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전병이라고 칭합니다. 아무튼 물가 상승으로 인함이겠지만 처음 8천 원으로 가격이 인상되었을 때에는 '과하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8천 원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돈의 가치 하락, 익숙함이 가져오는 무덤덤함의 결과겠지요.
2. 면수와 김치
먼저 물, 면수(메밀면 삶은 온수), 김치, 겨자가 세팅됩니다. 면수에 간장을 부어 마시는 것으로 시작인데, 아직은 선선함이 있는 날씨라 구수하니 좋습니다. 김치는 열무와 얼갈이배추가 섞여 있는데 점점 고춧가루 모습이 보이지 않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선함이 살아있는 맛은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맛있는 김치 맛은 아니지만, 이 시원함과 생생함을 좋아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맛있는 무절임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오지 않으니 섭섭해요.
3. 메밀전병(총떡)
막국수만 시키면 아쉬움이 있어서 늘 메밀전병이나 녹두전을 곁들여 시킵니다. 막국수보다 먼저 나오는데 다 먹으면 국수를 맛있게 먹기 어려우니, 늘 반 정도는 남겨서 싸 달라고 합니다. 단 상할 수 있으므로 가져온 당일 먹는 게 좋습니다. 간혹 기름에 튀기듯이 전병을 조리하는 곳도 있는데 시골막국수의 전병 피는 얌전합니다. 부드러운 피에 무의 식감이 살아있는 매콤한 속이라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4. 막국수 비벼먹기
오늘의 하이라이트, 막국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동치미 국물, 식초, 겨자, 설탕을 넣고 비벼먹어 왔습니다. 그냥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흘러 테이블에 세팅된 안내문의 내용이 부모님과 해오던 방식과 동일하여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양도 거의 동일하네요. 하하하). 공감되는 맛있는 맛이란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안내대로 첨가하여 비벼 먹으면 실패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곳의 막국수는 깔끔하면서 간이 조화로워서 아주 좋습니다. 메밀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은 아니지만, 거부감 없는 면의 식감과 시원한 동치미, 비율이 적절한 양념장의 조화가 맛있음을 불러옵니다. 전에는 수저를 부탁해서 양념 국물까지 먹었는데 이제는 면을 다 먹은 후 대접째 후루루 마십니다. 마지막 국물까지 마시면서 식사가 마무리되는데, 입가심으로는 동치미 국물도 좋고 면수도 좋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아쉽지만 오늘도 맛있는 시골막국수를 잘 즐겼습니다. 싸온 전병은 막걸리와 함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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